요즘 왠지 에로게를 많이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게임은 기가에서 오래간만에 네코냥의 작화라는 이유로 나름대로 기대를 받았는데, 네코냥의 작화라 하면 일단 쇼콜라 - 파르페 -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 (일명 곤약) 3연타로 이어지는 게임이 유명하죠. 더 큰 이유는 마루토 후미아키씨의 시나리오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겠지만요.
그래서 처음엔 저 3연타에 이어지는 마루토씨 참석 게임인가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마루토씨는 참가하지 않았고 시나리오는 이전 네코네코에서 사나라라와 스칼렛쪽을 담당했던 분들이라 하더군요.
하여간 이 게임은 어찌보면 저 3연타와는 관계가 없이 새로운 시리즈로 나가려 한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처음 게임 소개를 보면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기타 설정들이 곤약을 엄청나게 생각나게 합니다. 학원물이라는 것, 학교까지 가는 엄청나게 긴 계단, 학교측에서 보면 골아픈 성격의 주인공, 스토리의 분할 등등... 인식을 한건지 아님 단순히 영향을 받은건지는 몰라도 비교를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설정이라는 건 분명하죠.
아래는 올클 후 간단하게 제가 느낀 점 등을 써 볼까 합니다만, 당연하지만 게임 내용이 엄청나게 나오니 해 보지 않으신 분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일단 이 게임은 3연타 전작들에 비해 개그는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정도로 나름대로 즐겁긴 합니다만...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가 좀 많습니다.
제가 느낀 문제점을 대충 나열해 보자면...
1.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힘들다.
- 곤약의 와타루를 생각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여기 주인공도 학교측에서 보면 말썽꾸러기인데, 곤약의 와타루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곤약의 와타루가 골치아팠던 이유는 그래도 기숙사를 지키겠다고 하는 짓거리가 학교측에 안 좋게 비쳐졌을 뿐이지 그 자체적으로 민폐라고 부르긴 힘든 정도죠. 그런데 여기 주인공인 타쿠미는 말 그대로 철이 덜 든, 일본식으로 말하면 중2병, 한국식으로 말하면 개념출장 초딩 수준의 캐릭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부린 말썽으로 이전 학교에서 퇴학당해 이쪽으로 전학을 오게 되는데...
처음엔 그래도 건의함에 든 건실한 일을 해 나가나 했더니, 나중에 든 모 의견때문에 본 성격으로 돌아오는데 그 행동원리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그편이 더 재미있을테니까' 뿐입니다. 게다가 이 행동원리에는 주변 사람에게 입히는 민폐 따위는 고려치도 않고, 뭔가를 진행하면서도 주변 사람 말은 듣지를 않고 혼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나가죠. (유카리가 제발 주변에 민폐좀 그만 끼치라고 하니, 그러면 주변 사람들 말려들지 않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면 되는 거냐고 큰소리를 치는데, 아마 자각은 있었나봅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그런 행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에 충격을 먹고 생각을 좀 고치긴 합니다만, 저 말은 게임이 끝날때까지 내내 붙이고 다닙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하루히와 비슷하다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히는 민폐를 끼치는 범위가 대단히 한정되어있고 (SOS 단 뿐), 쿈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걸 민폐라 생각하지 않는데다 쿈에게나마 이런저런 감정 등으로 볼 때 나름대로 중심이 잘 잡혀있어서 그런 민폐를 독자에게 크게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타쿠미는 처음 건의함에 든 내용을 핑계삼아 결국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 밖엔 안됩니다. 주변에 대한 건 생각해주는 척 하는 정도 뿐이구요.
아야세 나츠키.
파르페의 누군가가 생각나게 하는 구도의 CG
2. 진행이 납득하기 힘들다.
- 당연히 학원제라는 것을 한 적이 없는 곳에서 처음으로 이런 것을 개최하려면 이런 저런 고난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보통 생각하기에 이런 것은 한다면 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사람이 공약에 그런 것을 내걸어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조금씩 학교와 타협해가며 개최한다든가 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주인공은 그런 거 안 따지고 무대포로 밀어붙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예산 문제 등이 떠오르므로 상점가 사람들의 도움도 받겠다고 나가는데...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당연히 나중엔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이 방법 너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웃기지도 않게 진행됩니다.
어떻게 되는고 하니, 하루라는 캐릭이 모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데, 사람들이 그 애를 좋아해서 그 레스토랑에 돈을 쏟아붓다가 하루가 학원제에 협조해 달라고 하니 바로 만장일치로 예산 OK 가 되더군요. 게다가 유카리가 그걸 반대하니 레이스 게임으로 누가 그 예산을 가져갈지 결정하고...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걸 이렇게 웃기지도 않는 식으로 결정해도 되는 겁니까?
일단 설정상 대충 학교가 오래된 곳인만큼, 만일 상점가 사람들이 대부분 그 학교 졸업생이라면 처음으로 하려는 학원제에 어느정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조금씩 납득시키는 전개였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해 가능했을텐데, 무턱대고 쳐들어가서 예산좀 지원해달라고 하질 않나, 그러다가 특정 캐릭 인기로 단박에 결정나질 않나, 마지막엔 레이스로 결정하지 않나 (이거 결과도 상당히 황당합니다)
이거 정말 현실적인 설정이 맞나 의심스러워집니다.
모리나가 유카리.
유카리가 주인공 방을 청소하다가 '신성거유무녀 당신의 친탁을 주세요' 라는 에로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3. 너무 끈질긴 이사장의 방해
- 이 부분에서 정말 엄청나게 짜증이 나는데...
이사장이라는 나츠키의 어머니가 이 학원제에 너무 집요하게 방해를 해서, 주인공 일행에게 하지 못하게 명령을 내림은 물론, 상점가 사람들까지 압박해서 도움을 주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방해를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전혀 나오지 않죠.
물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까진 나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저렇게 집요했던 점에 대해 전혀 설명이 안 됩니다. 게다가 딸한테까지 가혹하게 대해가며 반대해놓고 나중에 가선 딸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둥 뭐라는 둥... 행동 자체에 대해서도 이해하기가 힘들죠.
그리고 이 이사장의 방해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특히 길고 짜증나는 무거운 전개인데... 게임 전체 진행으로 볼 때 이 부분이 가장 갈등이 깊어지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게 첫 파트 후반부라는거죠. 그리고 두번째 파트, 각 캐릭별 루트에는 별다른 갈등 없이 그냥 조금씩 사이가 진전되다가 이어지고 끝. 물론 캐릭별 약간씩의 갈등은 있지만 이사장의 방해 부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다보니 기승전결이 아닌 기전승승승결 같은 형태가 돼서, 이 부분이 끝나고나면 자연적으로 '이제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때 파트 2 가 시작하니, 이건 완전히 탈력에 황당입니다. 곤약 초반의 교장/교감의 방해처럼 적당한 수준에서 끝났다면 납득하겠는데, 이렇게까지 무거웠어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사장의 방해가 해결되는 부분 역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가볍게 꺾입니다.
마치 최고 기술로 수백방 때려서 겨우 쓰러뜨린 최종보스가, 알고보니 특정 기술 처음에 쓰면 한방에 끝~ 이라는 걸 알았을 때 같은 허무함만 남기더군요. 그래서 첫 캐릭을 했을 땐 (첫 파트 스킵 못 하고 다 봤을 때) 이런 분위기 때문에 두번째 파트, 캐릭 루트에 들어가서도 전혀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못했습니다.
미사키 료.
쿨하고 왠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 한 캐릭
4. 파트 1 과 파트 2 의 연관성
- 파트 1 은 게임 제목에 나름대로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정 이입이 힘들고 혼자 폭주하는 녀석이 하는 일이긴 해도 학교를 즐겁게 만들겠다는 내용이긴 하니까요. 근데 파트 2, 캐릭 루트로 들어가면 저런 얘긴 당연히 어디로 가 버리고 캐릭별 얘기만 나오는데, 이게 주로 파트 1 에서 나왔던 얘기와는 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나츠키 루트의 경우엔 결국 관철시킨 학원제에 의해 어머니와 사이가 좀 묘해져서 그걸 푼다~ 라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전개가 되지만, 그 외 다른 애들은 솔직히 파트 1 이 없었어도 전혀 상관 없을 듯 한 전개로 나갑니다. 료의 경우에만 이전 학원제에 대한 일이 이유가 되어서 약간의 갈등은 있지만 그나마 그것도 개최한 학원제와는 별로 관계가 없죠.
그러다보니 파트 2 에선 '학교를 즐겁게 한다' 라는 주제가 흐려져서였는지, 억지로 즐거워지지 못한 히로인을 위한다는 둥 하며 뭔가 더 꾸미기도 하고, 여기에 또 억지로 졸업식이라는 걸 더 끼워넣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와선 이런 것 역시 단순히 히로인 중 하나와 맺어지기 위한 소재일 뿐, 그 외엔 아무 의미도 갖질 못합니다. 나츠키 루트에선 아예 얘기 자체가 안 나오구요 (기본적으로 학원제 개최와 함께 스토리가 끝나니)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주제가 철없던 주인공의 성장기 정도로 볼 수도 있겠는데... 중간 중간 주인공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듯 한 인상을 주지만 여기에 촛점을 맞춘 것은 거의 없으므로 이것 역시 그렇다고 보기가 힘듭니다.
곤약의 경우, 각 히로인들과 맺어지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숙사라는 중심축이 있어서 나름대로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건 뭐가 중심인지 도통 모르겠달까요?
오오사와 유즈
연하가 없는 이 게임에서 로리 캐릭 역을 맡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지는 캐릭.
5. 너무 튀는 하루 루트
- 캐릭 소개 페이지에서도 마지막이자 이벤트 리스트에서도 마지막에 위치하는 하루...
문제는 이 캐릭 루트만 너무 튑니다.
지금까진 그래도 가벼운 학원물이라 볼 수 있는데, 하루 루트에서는 학원제를 무사히 마친 날 저녁에 술 취한 상태서 저지른 실수가 당첨...
그러더니 동거에 결혼에... 다른 루트들과는 전혀 다른 이런 저런 현실적인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죠.
물론 아주 심각하게 진행되진 않지만 여러가지로 진지하고, 다른 루트에 비해 혼자서만 엄청나게 튀는 건 분명합니다.
이쯤 되니 도대체 이 루트는 뭘 말하고 싶어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즐겁게 하겠다고 무대포로 밀어붙이던 주인공이 실수로 여자애 하나를 임신시켜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얘기?
철없는 주인공이 사람들 사이에서 차차 성장해 가다가 나중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는 얘기?
고아에 불행한 어린시절을 살던 히로인이 주인공에 의해 행복을 찾게 된다는 얘기?
무엇이 되었든 게임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데다 여러가지로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쿠스노키 하루
저 모습에 상점가 주인들이 다 홀립니다...
6. 이 게임의 대상?
-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의 모든 문제점으로 볼 때, 이 게임의 전개는 초딩들이나 좋아할, '튀고싶어하는 주인공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여기에 상당히 편의주의적 설정이 들어가고) 결국 자신이 원하던 것을 해낸다' 라는 내용인데, 이 게임을 할만한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철없는 꼬맹이가 학교 전통에 갑자기 반기를 들고 혼자 날뛰는데 우연에 우연이 거듭해 결국 다 뒤집는 데 성공한다' 라는 웃기지도 않는 전개로 보일테니까요.
그래도 어찌 보면 이런 점도 나름대로 생각을 했는지, 유카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올바른 점을 계속 지적해서 생각나게 하지만, 전개상 주인공 눈에는 유카리는 괜히 자신들 일에 방해만 하는 캐릭으로 비춰질 뿐이더군요.
하루는 좀 묘하긴 해도 (성우분이 분명 유명한 그분 같은데... 일부러 가성을 내는건지, 아님 감기나 뭐라도 걸렸을 때 녹음한건지, 듣기가 엄청 거북합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그 중 특히 나츠키가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 언제나 츤데레 캐릭이 가장 인기가 있는 거 아닌가 싶어지네요. ^^
하여간 전체 평가를 간단하게 쓰자면...
스토리적으로는 분명 전작 3연타에 많이 못 미치지만 캐릭들은 다들 매력적이므로 해 보셔도 크게 후회는 하지 않으실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게임에 스토리는 알 거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는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위에 제가 적은 문제들은 전혀 상관 없으실테니 더더욱 높은 점수를 주실 수 있을 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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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SS 주소 :제 플레이 감상은 "마루토를 돌려줘~" 였음. ㅡ.ㅡ;;
이사장 부분은 대체 이게 뭔가라면 한참 고민했음...
안녕하세요.
사람에 따라서 저런 전개를 좋아할수도 있긴 하겠지만, 제 취향엔 좀 많이 아니더군요 ^^a
어사님도 이제 야겜 졸업하실 때가 됬어요 ;-D
저런~ 저는 게임이든 애니든 뭐든 배꼽 빠지게 웃겨주는 걸 즐기며 스트레스를 풉니다요.
제 인생의 즐거움을 하나 뺏어가시려는 겁니까아아아~
이거이거 너무 공감입니다
올클하면 메인이 바뀔까해서 그닥와닿지않는 플레이를 하고 있었지만
메인에는 어떠한변화도 없고
하루는 뭘 알려주고 싶어하는지원-
안녕하세요.
저도 뭔가 뒷얘기가 나오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는 해 봤습니다만...
아무것도 안 나와서 좀 실망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으론 이런 게임에서 '뭘 얘기하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는 거 자체가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죠. 그냥 대충 즐기고 웃으면 땡일 수도요.
그런만큼 제 취향과는 다른 분이 하신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